W24 Challenge #13
MUSIC
발레리나 토끼의 리듬
설명
깊고 고요한 바닷속,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을 품은 작은 발레리나 토끼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그 꿈을 단순한 희망이 아닌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로 생각했고, 매일 바다를 무대 삼아 조용히, 그러나 철저하게 연습해왔다. 물결은 동작의 리듬이 되었고, 거품은 조명이 되었다. 관객도, 박수도 없는 깊은 곳에서 그녀는 오로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으로 향하는 날, 그녀는 해맑은 웃음으로 햇살 속을 향해 떠오른다. 그녀가 선택한 무대는 화려한 극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운행이 멈춘 허름한 지하철역. 꽃잎이 흩날리고 시간조차 멈춘 듯한 그 공간에서, 그녀는 지금껏 쌓아온 모든 훈련의 결실인 마지막 발레 동작을 완성한다.

그 순간, 멈춰 있던 지하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노력이, 결국 세상조차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환상이나 동화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을 통해 ‘전략적인 꾸준함’이 얼마나 깊은 세계를 변화 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멈춰 있던 무대조차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건 발레리나 토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과 닮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절대 멈추지 않는 연습의 힘을 믿으며 이 영상을 만들었다. 그 리듬은 화려하진 않아도,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흐름이 되었고, 결국 멈춰 있던 시간마저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